영화 머니볼(Moneyball)은 통계에 능한 경제학 전공자가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답지 않게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선수 연봉 규모 면에서 뉴욕 양키스의 3분의 1도 채 안 되던 오클랜드 어슬래틱스가 어떻게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는지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빌 제임스가 개발하고, 하버드 경제학과 출신의 폴 디포데스타가 적용한 세이버매트릭스라는 선구적 통계 기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예를 들어, 기존 메이저리그 야구 구단 스카우터들은 걸어서 출루하는 단순한 능력을 과소평가해 왔습니다. 안타나 홈런 이외의 출루는 관중들을 환호하게 만들지 못하지만, 걸어서 출루하는 횟수가 많은 팀일수록 다른 팀들 보다 승리 확률이 높아집니다. 오클랜드에서는 사구나 4구 같이 선수들의 저평가된 능력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함으로써, 많은 돈을 쓰지 않고도 훌륭한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경제학자들에게 오클랜드의 이야기는 정보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혁신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사례일 것입니다.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은 다른 팀들과 동일한 방식으로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팀에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는 무언가 새롭고, 다른 방법을 찾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여기서 끝은 아닙니다. 경쟁이 다른 팀들을 같은 혁신으로 이끌었다는 점. 시간이 흐르면서, 세어버메트릭스를 이용한 초과 수익률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오클랜드의 경쟁력은 더 이상이 비밀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2003년, 마이클 루이스의 책 머니볼이 출간되었을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는 빌 제임스를 고용했습니다. 그의 조언에 따라 통계 기법을 이용해 대규모 연봉 최적화에 나선 끝에, 다음해 월드 시리즈를 차지했고, 2007년에도 다시 정상에 올랐습니다.
MIT 슬로언 스포츠 애널리틱스 컨퍼런스(MIT Sloan Sports Analytics Conference) 같이 이런 통계 기법을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머니볼이 여전히 경쟁력이 있을까요?
잔 헤이크와 레이먼드 사우어의 연구에 따르면,
… (1999년-2002년 당시) 특정 야구 기술이 비효율적으로 평가되고 있었으며, 이런 비효율성은 통계적 지식을 활용할 능력을 갖춘 팀들에게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마이클 루이스의 이야기와 경제적 논리가 알려지게 되자, 기존의 비효율성을 전 구단이 활용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시장의 기존의 잘못된 가격 결정을 바로잡게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메이저리그에서 빌 제임스의 통찰력은 팀에게 더 이상 눈에 띠는 경쟁력을 안겨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차세대 혁신을 필요하다는 말이죠.
우리나라의 비슷한 사례는 넥센 히어로즈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현대 유니콘스의 해체 후 인수를 통해 모기업의 지원 없이 프로야구 판에 뛰어들었습니다. 초반 힘들 시절을 보내긴 했어도, 저비용 고효율 선수를 키워내면서 최근 3년 동안 그 결실을 맺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클랜드가 그랬듯, 여기서 끝일 가능성이 보입니다. 계속해서 좋은 선수들이 나오고 있지만, 강정호 선수가 피츠버그로 떠났고, 박병호 선수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요즘 한 단계 치고나가야 할 시점에 번번이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딱 여기까지 일까요?
아마도 다른 팀들이 시장의 비효율성을 알아챘을 테죠. 발 빠르게 혁신에 앞서간 팀들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렇지 못한 팀들이 이들의 먹잇감이 되는 것입니다. KBO 시장도 잘못된 가격 결정을 바로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넥센 히어로즈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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