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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주식 시장의 거짓말 - “나폴레옹이 죽었다”에서 “트위터 인수 소식”까지




1814년 영국 해안에 위치한 여관에 어슴푸레한 모습의 영국 장교 복장을 한 이들이 나타나 마을 주민들에게 나폴레옹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던 이후로, 주식 시장을 조작하기 위한 많은 거짓말이 나타났다.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면서 그 당시와 유일한 차이점은 뉴스가 훨씬 빠르게 이동한다는 점뿐이다. 지난 화요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났다. 가짜 웹사이트 상에 트위터 산다는 가짜 제안에 대한 가짜 이야기가 전해지자, 이 소셜 미디어 기업의 실제 주가가 몇 분 만에 8%나 상승했다.


거짓말은 빠르게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지만 상당히 복잡했다. “bloomberg.market”이라는 이 웹사이트는 블룸버그의 실제 웹사이트로 모방해, 실제 뉴스 서비스에 사용되는 레이아웃, 색상 구성 및 서체를 베껴놓고 있었다. 심지어 거짓말을 주도했던 이들은 가짜 이야기 안에 실제 블룸버그 기자 이름을 넣고, 바이라인을 이용해 그의 실제 블룸버그 프로필 페이지에 링크를 걸어 놓기까지 했다. 후이즈 도메인 레지스트리 검색 결과, 이 사이트가 불과 4일 전인 7월 10일 등록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누가 이 가짜 사이트를 만들었든 정말 짧은 시간에 해낸 것이었다.


정보가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시대에 이런 종류의 사기는 필연적으로 더 강해지며, 증폭되기 마련이다. 이 웹사이트의 이야기가 어떻게 불이 붙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어떤 일이 있어 났을지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웹사이트를 헤엄치면서 뉴스를 찾도록 디자인된 수많은 제품이 나와 있다. 이것들 중 일부가 “트위터”와 “인수”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었고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한 가지 웹 크롤러일 수도 있고, 여러 개 일수도 있지만, 일단 작동되자, 자동화된 웹의 네트워크 효과가 소셜 미디어 세상의 실제 참여자들의 네트워크 효과로 건너가게 된 것이었다. 유명 CNBC 뉴스 앵커 칼 퀸타닐라는 이 소식을 97,000명의 팔로워들에게 전했다.


10분 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트위터의 주가는 36.83달러에서 38.52달러로 상승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님이 빠르게 드러났고, 블룸버그와 CNBC에서 부인하는 보도를 내놓자, 그 만큼 빠른 속도로 다시 하락했다. 이런 촌극은 인터넷 거짓말 시대의 긍정적인 측면일지도 모른다. 가짜 이야기가 빠르게 이동하는 만큼, 진실 또한 빠르게 뒤따르기 때문이다.





어떤 거짓말라도 핵심은 일말의 진실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트위터의 미래에 대한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적어도 회계 기준에 부합할 정도의)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상당한 인재 유출이 일어났다. CEO 딕 코스톨로가 떠나고, 설립자 잭 도로시와 그의 산 사람 같은 수염이 그 자리에 들어선 것으로도 트위터 내부의 혼란을 확인시켜 준다. 전반적으로 볼 때, 트위터 매각에 대한 추측이 꾸준히 이어져 왔기 때문에, 믿을만한 소스에서 언뜻 보기에 신뢰할 수 있어 보이는 보도가 나오자, 사람들이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거짓말은 드물지만, 재발 위험이 있다. 다음은 주식 시장에서 일어났던 거짓말의 짧지만 포괄적인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 거대 석유업체 BP가 인수를 제안했다는 가짜 뉴스가 전해지자, 6월 25일 에너지 생산업체 펜 버지니아 주가는 20%까지 상승했다. 이 “뉴스” 2002년 있었던 실제 BP 제안의 재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두 달 전, 작전세력이 SEC의 EDGAR 파일링 시스템을 통해 에이본 프로덕츠가 공개 매수 대상이라는 주장이 담긴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이 화장품 공급업체의 주가는 작전이 폭로되기 전까지 20%나 치솟았다.


- 2010년, 오바마 행정부가 제너럴 밀을 조사하고 있다는 가짜 뉴스가 PRNewswire를 통해 보도되었다. 한밤중에 나온 이 보도는 다음날 장 개시 전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 가장 악명 높은 사례 중 하나로, 2000년 인터넷 와이어의 전 직원 마크 제이콥 Emulux를​ 대상으로 하는 유선 서비스를 통해 보도 자료를 발표했던 것이다. 이 가짜 뉴스에는 인터넷 와이어가 이익을 재산정할 예정이며, CEO를 교체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제이콥은 이 회사의 주식을 공매해 놓고 있었다. 그는 붙잡혀 재판에 회부된 후 44개월 형을 받고 복역했다.


- 1987년, 투자 고문 데이비드 헤링어는 다우존스 뉴스 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그 당시 극심한 투기 대상이었던 소매업체 데이턴 허드슨에 68억 달러의 인수 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헤링어는 실제 회사인 캐피털 매니지먼트에서 일하고 있었으므로, 이 전화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인수 소식에 데이턴 허드슨의 주가는 치솟았다. 하지만 분명히 헤링어는 전화를 하기 전에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해고되었고, 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시장 거짓말 중 하나인 “1841년의 위대한 증권 거래소 사기극”이 있다. 나폴레옹 전쟁이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1814년 2월 21일 캐스카트 경의 보좌관인 뒤브르그 대령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영국 도버의 여관에 나타났다. 그는 나폴레옹이 살해되었다고 주장했고, 놀란 마을 주민들은 기뻐했다.


이 가짜 장교는 런던으로 올라가, 이 사기에 가담했던 일군의 프랑스 충신 복장을 한 이들과 만났다. 이들이 만들어낸 쇼는 주식 시장에 격렬한 상승 랠리를 촉발시켰다. 하지만 그날이 끝날 무렵, 그들이 계략이 사기라고 밝혀졌고, 구체적으로 주식 시장을 조작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이 드러났다.


결국 해군 장교이자 반체제 정치인이었던 코크런 경이라는 신사에게 책임이 돌아갔고(일부는 누명을 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투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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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Paul Vigna ㅣ 2015년 7월 14일 ㅣ 출처: Market 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