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투자 행동

최근 일어난 일과 다음 일어날 일을 혼동하지 말라 - 최신 정보 효과


금 가격, 주식 시장 폭락 및 금융 위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투자자들이 빠지는 "최신 정보 효과(recency effect)"의 사례라는 점이다.


먼저 최신 정보 효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자. 인간은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일을 가장 정확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기억의 한계가 유한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보다 최근의 일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도 몇 가지 의미가 있다. 급박한 위협이 존재하는데도 그 전에 일어났던 일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이상적인 생존 전략이 아니다. 인간의 번식 능력에 더 위협적인 것은 가장 최근의 위험이며, 이런 생존 전략이 DNA에 각인되게 된 것이다.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해도, 투자와 관련해서도 이런 생존 전략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푸에르토리코의 디폴트가 또 다른 그리스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 자동차 담보 대출은 또 다른 서브 프라임 신용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학자금 대출이 또 다른 경제 위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이런 생각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모두가 최신 정보 효과로 인한 것이다. 이런 생각이 공감을 받는 이유는 첫째, 그 전제가 최근에 일어난 사건에 터 잡은 것이며, 둘째, 그 사건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투자와 관련된 최신 정보 효과를 이해하는데 아마도 트라우마가 열쇠가 될 지도 모른다. 투자에서 쉽게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은 단지 가장 최근의 사건이어서가 아니다. 그 최근 사건이 오래도록 영향을 남기는 심리적 또는 감정적으로 무게가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감정적 효소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나치게 과장되고, 가능하지도 않은 예측을 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2008-09년의 금융 위기는 또 다른 더 큰 시장 붕괴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2001-2008년 달러 가치가 41%나 하락했다는 것은 신용 화폐의 종말이 다가왔다는 뜻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다! 금을 사라!" 같은 예측 말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14년, 동기부여 강사 토니 로빈스는 금, 상품 및 채권의 비중을 강조한 포트폴리오를 선전하고 다녔다. 이제 와서 보면, 로빈스의 선전은 한편의 소설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로빈스가 강조한 자산들 전부는 그 이후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한편, 미국 경제의 회복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사실상 2009년 6월 끝났는데도 말이다. 그 사람들에게는 이런 사실이 결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몇몇 최소한의 합리성도 없는 이들에게 너무 과분한 명성과 존경을 받치고 있다. 우리의 제도라는 것이 믿을 수 없는 것이며, 세상이 파멸의 길로 나가고 있으므로 금에 베팅하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다. 물론, S&P 500 지수가 57% 급락했어도 시장은 지금까지 어떻게 되었는지 보면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최종 정보 효과의 심각한 영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1987년 일어났던 미국 주식 시장 붕괴 사건이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단 하루 동안 508포인트나 폭락했던 1987년 검은 월요일의 20주년이 되는 2007년 10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그와 비슷한 시장 붕괴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Exorcising Ghosts of Octobers Past"란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 글에서는 1987년의 트라우마는 투자자들의 기억 속에 사라져가고 있으며, 그 자리를 지난 5년 동안 시장 상승을 통한 낙관론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시장이 또 다시 1987년 규모로 붕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팽배해 보인다고 쓰고 있다.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이 글이 발표되고 4일 후 시장은 고점을 찍었다. 그리고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대침체(Great Recession)가 시작되었다.


이 후 몇 년이 흘러 소위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로 다우 지수는 1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거의 1,000포인트나 하락했으며, 이 충격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트라우마를 안겨주게 되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글 "How the ‘Flash Crash’ Echoed Black Monday"에서는 "이번 5월 6일의 투매 현상은 1987년과 유사하다."라면서 다시 한 번 1987년의 기억을 들춰냈다.


그렇다면 2007년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1987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까, 아니며 2010년의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가능성이 있을까? 답은 물어보는 시점과 바로 전에 어떤 심각한 또는 감정적 사건이 일어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이 바로 최신 정보 효과의 영향이다.

여러분 투자자들은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일이 자신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스스로에게 꼭 물어봐야 한다. 그렇지 하지 않으면, 최근에 일어난 일이 시장을 바라보는 여러분의 시각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 일이 다음에 일어날 일과 거의 관련성이 없는데도 말이다.


<출처: Bloomberg View: "Confusing What Just Happened With What Happens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