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운 좋게도 스탠퍼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열린 모니시 파브라이와 가이 스피어의 대담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들의 대담 주제는 보답을 바라지 말고 주라는 것이었다. 가이 스피어는 아래와 같은 차트를 예로 설명했다.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고 주는 사람이 되라고 말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선행이라는 계좌에 그리 큰 일이 일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선행 계좌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해 기하급수적이 된다. 버핏의 선행 계좌는 정점을 기록했으면서도 아직도 놀랄만한 가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5월 들어 또 한 번의 행운이 찾아왔다. 코세라 공동 설립자이자 회장인 앤드류 응의 인터뷰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용은 여기를 참조하기 바란다. 이 인터뷰에는 주목을 끄는 대목이 있다. 그 대목은 다음과 같다. 반복해서 읽어보고, 생각해 보기 바란다.
여러분은 어떤 유용한 습관 같은 게 있나요?
나는 매일 청색 셔츠를 입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아세요? 여러분 자신의 삶을 위한 가장 좋은 지렛대는 유용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연구진들과 대화를 나눌 때, 기업가 정신 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그들에게 연구 논문을 지속적으로 읽어 나간다면, 일주일에 6편 정도의 연구 논문을 숙독한다면, 그리고 이런 일을 2년 동안 계속해 나간다면, 많은 것을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이것은 자기 자신의 장기 계발을 위한 정말 훌륭한 투자입니다.
하지만 이런 투자를 하기 위해 주말을 TV 대신 공부하면서 보낸다 해도, 누구하나 잘했다고 등을 두드려주는 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주말 내내 공부하면서 보낸다 해도 다음 월요일 일을 훨씬 더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일에 단기적 보상이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훌륭한 장기 투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읽어야 합니다.
이런 일을 의지력에 의지해 하는 사람들은 거의 성공하지 못합니다. 의지력이란 점점 더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매일 공부하는 것, 매주 열심히 일하는 것 같은 일을 습관으로 만드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보답을 바라지 않고 주라는 가이 스피어의 생각과 매일 공부하는 것 같은 습관을 기르라는 앤드류 응의 생각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 두 생각 모두 단기적으로는 눈에 띄는 변화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아주 오랜 기간 계속해 가다보면, 재미있는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 이런 개념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화학에서 얼음이 물로 변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아래 그림을 보면서 A 단계에서 B 단계로, 다시 B 단계에서 C 단계로 옮겨가는 데 초점을 맞춰보자.
A 단계의 온도는 -25℃이며, 얼음은 고체 형태를 유지한다. 온도를 -25℃에서 -1℃로 서서히 올린다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얼음은 여전히 고체 상태로 남아있다. 온도를 올리는데 이용한 에너지(열은 에너지다)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왜 고체 얼음은 액체 물로 바뀌지 않은 것일까?
분자간의 힘은 분자 사이에 발생하는 약한 인력이다. 더 강한 힘인 결합이 개별 분자를 떨어지지 않게 하는 한편, 분자간의 힘은 두 개 이상을 합쳐놓는 동력이 된다. 분자간의 힘은 물질의 상태인 고체, 액체 또는 기체를 결정한다. A 단계에서 B 단계가 되기 위해서는 온도를 -25℃에서 0℃로 높이기 위한 열에너지가 사용된다. B 단계에서 C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분자간의 힘을 극복할 수 있는 열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고체 얼음이 액체 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개념은 라마찬드란의 책 "The Tell-Tale Brain(번역서: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여러분 앞에 얼음 덩어리 놓여 있으며, 이 얼음 덩어리에 열을 가해 -6℃에서 -5℃, -4℃... -1℃로 점점 온도를 높인다고 생각해 보자. 얼음 덩어리의 온도를 1℃씩 높이는 이 과정에서 어떤 흥미로운 경과도 나타나지 않는다. 여러분 앞에는 몇 분 전보다 조금 덜 차가워진 얼음이 놓여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얼음의 온도가 0℃에 이르게 되는 때가 올 것이다. 이 온도가 바로 임계점으로 급격하고, 극적인 변화를 보게 됩니다. 얼음의 결정 구조가 변하면서, 물 분자가 갑자기 자유롭게 미끄러져, 주위로 자유롭게 흐르기 시작한다. 열에너지에 따라 임계 온도에 도달한 후, 여러분 앞에 놓여있던 얼음 덩어리는 액체인 물로 변하게 된다. 임계 온도에 도달하면, 점진적인 온도 변화로 인한 점진적인 작용이 중단되고, 상전이라고 하는 갑작스런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자연은 상전이로 가득하다. 냉동 상태의 물이 액체 상태의 물로 변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액체 상태의 물이 기체 상태의 물(증기)로 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화학 작용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시스템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백만 개인의 결정 또는 태도가 상호작용하게 되면, 전체 시스템이 새로운 균형점을 향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상전이는 투기 거품, 주식 시장 붕괴 그리고 교통 체증 과정에서도 일어난다. 좀 더 긍정적인 면에서 상전이는 소련 공산권의 붕괴와 인터넷 사용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잘 알 수 있다.
이제 화학 세계에서 자전거의 세계를 옮겨오자. 아래 동영상을 보면, 핸들을 개조한 자전거를 타려고 애쓰는 사람이 나온다. 몇 개월 동안 넘어지기를 반복한 끝에 어느 날 드디어 그 자전거를 잘 탈 수 있게 된다. 얼음을 물로 바꾸는 것과 흡사하다. 6개월 동안 쏟은 그의 노력은 물을 끓이는 것과 같다. 그 과정에서 가시적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분자간의 힘을 끊어내는 것과 비슷하다. 자전거를 탈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이 스피어, 앤드류 응, 얼음 그리고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서 얻은 교훈인 장기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 밖에 배운 점은 1) 귀중한 무언가를 얻어 내는 데는 오랜 기간이 걸린다. 2) 단기적으로 어떤 발전을 얻어내지 못한다 해도 매일 열심히 일해야 한다. 3)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아주 오랫동안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4) 과정을 즐기면서, 결과를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 5) 자신을 다른 이들과 비교하지 말고, 2년 전의 자신과 비교하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해나가다 보면 목적을 이룰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버핏이 말한 것과 같다: "경기에서 승리하는 선수는 스코어보드만 쳐다보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에 집중하는 선수다."
<출처: Seeking Wis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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