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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금에 대해 솔직해 지자. 애완용 돌멩이일 뿐이다.

지난 주 비슷한 시기에 스토니 브룩 대학 교수 노아 스미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가 골드버그들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습니다. 다음은 츠바이크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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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에 대해 솔직해 지자. 애완용 돌멩이일 뿐이다.





금은 어려운 시기의 피난처이며 소프트 머니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왜 그리스 디폴트 위기에 빠진 상황, 유로가 달러 대비 하락한 상황, 그리고 중국 주식 시장이 비틀거리는 상황에서, 금은 애완용 돌멩이(pet rock)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을까?


이 황색 금속은 지난 주 온스 당 1,150달러로 거래되었으며, 지난 2011년 8월 거의 1,900달러의 고점을 찍은 후 39% 이상 하락해 있다. 금융 시장 조사 회사 모닝스타의 추산에 따르면, 2014년 6월 이후 투자자들은 귀금속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들로부터 30억 달러를 빼냈다고 한다. 지난 12개월 동안 귀금속 펀드들의 총 자산은 20%나 줄었다.


뉴욕 소재 바클레이즈의 금속 담당 수석 연구위원 수키 쿠퍼는 "많은 투자자들이 금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고 있다."라면서, "금의 안전한 피난처로서의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리기는커녕 가격 하락을 막는 데도 힘겹다."라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잘못된 이유로 금을 산 것일 수도 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8.7%씩 가격이 상승했다는 이유로, 마법 같은 인플레 보호 능력이 있다는 소문으로, 가장 어두운 시절에 빛이 되어 줄 것이라는 희망으로 말이다. 하지만 금의 장기 수익률은 변변치 않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예기치 않은 위기에서도 큰 구실을 못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상황 같은 문제들이 오래 이어가지 않았던 이유인지도 모른다.


풋내기 금 투자자들이 이 모든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 이쯤 되면 금을 보유하는 것은 믿음에 따른 행위라고 부를 만하다. 히브리서에 적혀있는 것처럼,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체며,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다." 꼭 금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라. 하지만, 희망과 상상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라.


마찬가지로, 골드버그들(무슨 일이 있든지 여하를 막론하고 이 황색 금속을 보유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은 종종 인지 부조화 심리에 대한 실험실 실험의 대상을 닮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지 부조화에 시달리게 되면, 자신이 틀렸을 수 있다는 어떤 증거가 나오더라도 그 증거를 자신이 옳다는 증거로 둔갑시킨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의 대규모 화폐발행 종말론적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해서,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이제까지 일어나지 않았으니 앞으로 언젠가는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이들 중 하나가 되고 싶지 않다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잘못된 것이라는 진실을 말하라. 금을 보유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골드버그들 사이에서 관습적으로 터져 나오는 종말론의 외침을 들을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속삭임을 들어야 한다.


금은 주식, 채권, 부동산 및 기타 금융 자산들과는 달리, 어떤 소득도 창출하지 않으며, 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전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현재 뉴욕 소재 투자 연구 및 컨설팅 기업인 매크로 얼로케이션의 전략가로 있는 폴 브로드스키는 "금은 본질적으로 무가치하거나, 본질적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다."라면서, "여러분이 금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금융 모델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모든 입력 값은 여러분의 상상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금은 상품으로서도 통화로서도 가격을 매기기 쉽지 않다.


우선, 상품으로서의 측면을 보자. 바클레이즈의 쿠퍼는 최근 가격에서는 금 광산업체 중 8분의 1이 금 채굴로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는 금 공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이나 인도의 소비자들 같은 투자용이 아닌 금 매수자들을 포함한) 금 수요가 예기치 않게 늘어난다면, 금이 더 부족해 질 수도 있다.


자산 규모가 260억 달러인 SPDR 골드 쉐어즈 ETF의 스폰서인 월드 골드 트러스트 서비스 CEO 윌리엄 린드 또한 "금 수요가 서방에서 동방으로, 그리고 투자자들에게서 소비자들에게로 계속적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쿠퍼는 이런 요인들로 인해 금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더 하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언제, 얼마만큼 오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둘째, 통화로서의 측면을 보면, 금의 가치는 잠재적이며, 가늠할 수 없다고 브로드스키는 말한다. 물론 세계가 금융 지옥으로 떨어진다면, 통조림을 한 무더기 사기 위해 금괴를 슈퍼마켓까지 끌고 가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1971년 이전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가 달러로 상품 값을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브로드스키는 이 금속은 "복잡하고, 구식이며, 원시적"이라면서, "하지만, 여전히 가치 저장 수단으로 남아있으며,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가 금이 통화 기준이 될 지도 모른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금의 화폐로서의 가치는 무제한적 화폐 발행 권한이 아니라 얼마간의 희소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중앙은행들이 발행한 화폐의 힘을 더 강화시켜주는 꼴이 될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새로운 금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말이다.


금은 종종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호수단으로 여겨지며,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다른 수단이 더 많다.


HEC 파리 비즈니스 스쿨의 재정학 교수 크리스토프 스팬저스에 따르면, 1975년 미국에서 법적으로 금 개인 소유권이 다시 인정된 이후, 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0.8%로, 5%인 미 국채, 8.3%인 미 주식 및 심지어 1.1%인 현금보다도 못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런 금의 가격 움직임은 이론적으로 설명하기가 아주 곤란하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금을 보유하는 것이 믿음에 따른 행동이라면, 도대체 얼마만큼 사는 게 맞는 걸까?


오슬로의 노르웨이 은행 투자 위원회의 수석 연구원 로렌스 스윙클스은 2014년 말 전 세계 금융 자산의 총 시장 가치는 약 102.7조 달러라고 한다. 또한 세계 금 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2014년 말 전 세계에서 투자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금의 총량은 약 1.4조 달러 규모라고 한다. 따라서 전 세계 금융 자산 중 금의 비중을 감안할 때, 투자 포트폴리오에 금의 비중을 1.3%로 가져가는 것이 타당할지 모른다.


이 이상으로 금을 보유하는 것은 믿음에 따른 행동을 넘어서는 일이다. 앞뒤를 헤아리지 못한 무모한 행동이란 말이다. 금이 아무리 반짝인다 한들 이런 사실을 바꿔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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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Jason Zweig ㅣ 2015년 7월 17일 ㅣ 출처: W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