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에서 10년 이상 살아남은 기업이 있다면, 아마도 현명한 노인장으로서 존경 받을 것이다. 이는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업 수명이 점점 줄고 있는 경향이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평균 수명은 40 내지 50년으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점차 줄고 있다. 수천 곳의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기대 수명이 불과 12.5년이라고 한다. 이는 1970년 포춘 500대 기업 목록에 올랐던 기업들 중 3분의 1 이상이 1983년까지 더 이상 존재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적어도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줄어들고 있는 기업 수명>
지난 30년 동안 상장 기업의 평균 수명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데이터; (컴퓨스탯과 S&P 캐피탈 IQ 데이터베이스의 데이터를 사용해) 35,000개 상장 기업의 진입, 성장, 청산 날짜를 기준으로)
기업들이 더 일찍 사라지는 것도 있지만, 아무 때나 무너지는 경향 또한 더 커지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상장 기업들 중 10분 1이 매년 파산하고 있으며, 이는 1965년 이후 4배로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우울한 통계에도 예외는 있다. 1700년 이전 (그리고 57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설립된 기업으로 현재도 운영 중인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967개나 존재한다.
놀랍게도, 이중 53%인 517개 기업이 일본 한 나라에 속해있다. 다음으로 많은 수의 기업이 속한 나라는 독일로, 세계 최장수 기업 중 19%가 속해 있으며, 대부분이 양조기업이다. 그 다음으로 5% 이상이 속해 있는 나라는 없다.
일본에는 세계 10대 최장수 기업 중 8곳 속해 있다(모두 800년 전에 설립됨). 여기에서 세계 최장수 호텔인 니시야마 온센 케이운칸(西山温泉慶雲館)이 포함되며, 705년 이후 계속 온천을 운영해 오고 있다. 또한 세계 최장수 사케 양조장(수도 혼케, 1141년 설립), 종교 용품 회사(다나카 이가, 885년 설립), 과자제조 업체(이치모지야 와수케, 1000년 설립) 및 건설 회사(콘고 구미, 578년 설립)도 있으며, 이들 모두가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특히 일본에서만 기업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던 요인은 무엇일까?
슬레이트에서 지적한 바대로, 일본은 "오래된 경제를 가진 오래된 나라"다. 최장수 기업들 중 대부분이 도쿄에서 교토에 이르는 무역로를 따라 생겨났으며, 세미-엘리트 도시 층의 생겨남으로써 번성했다.
또한 일본 최장수 기업들 중 대부분은 수십 세대에 걸친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음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진짜" 가족 경영을 이어왔다고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기업을 물려줄 자식이 없거나, 또는 경영주가 "자기 자식보다 더 똑똑한 후계자를 원했던" 경우에는 법적 양자를 받아들였다. 수 세기 동안, 일본 기업 경영주들은 이런 관행을 유지했다.
일본의 성인 입양은 도쿠가와 막부 시대(1603년-1867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성인 입양은 가문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치부되었지만, 특히 20세기에 들어 "가족 기업과 자본주의가 뒤얽히게" 되면서, 기업의 명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편의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현재, 일본의 양자 81,000명 중 98%가 25세에서 30세 사이의 남성으로, 이들 중 다수가 기업 경영주의 법적 양자로 들어가 관리직을 맡고 있는 사업가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족이 소유해 경영해 왔다"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능력이 떨어지는 자식이나 조카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을 물려줄 아들이 없는 기업 경영주는 "Mukoyōshi(성인 입양 또는 사위 채택)"이라고 부르는 방법을 통해 사위를 합법적인 양자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한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양자가 만족스런 기업 경영을 해내지 못했을 경우에는 이 양자를 파양하고, 다른 양자를 들여 그 자리를 물려주는 일도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 존중받는 기업들 중 다수가 이런 관행을 통해 번성해 왔다. 괴짜 경제학에서 든 한 가지 사례가 자동차 회가 스즈키다:
스즈키의 현 회장이자 CEO인 81세 오사무 스즈키는 기업 경영을 위해 입양된 양자다(실제로 4번째 양자임). 오사무 스즈키 또한 자기 친자식이 아니라 사위인 히로타카 오노를 양자로 삼아 자리를 물려주었다. 오노는 스즈키가 한 세대 전 그랬던 것처럼 스즈키의 장녀와 결혼했다. 하지만 2007년 12월, 오노가 췌장암으로 사망하자, 오사무가 다시 회장겸 CEO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2011년 4월이 되자, 오사무는 친아들인 토시히로 스즈키를 놔두고 4명의 이사를 새로 임명해 기업 경영을 돕게 했다. 추후 토시히로가 4대 만에 처음으로 스즈키 핏줄의 후계자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전혀 확실한 일이 아니며, 아버지는 항상 그를 차선책으로만 여길 것이다."
일본에서 기업 경영을 위한 성인 입양을 연구해 온 비카스 메흐로트라는, 이런 관행이 일본 가족 기업들에게 다른 어떤 나라에서 보다 더 전문적 기업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요약한다.
그는 "서로 다른 유형의 상속인, 즉 혈연 상속인과 입양 상속인의 2세대 경영 성과를 비교했을 때, 입양 상속인이 경영한 기업들이 훨씬 더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라고 쓰고 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오랜 기간 동안 "가족 기업"이란 이름 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성인 입양일 수는 있어도, 오로지 성인 입양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수많은 요인들이 합해진 결과라고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일본의 쇄국정책(특히, 1641년부터 1853년까지 기간 동안)으로 인해, 일본 기업들이 유산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 기간 동안 일본 기업은 번성했으며, 일본은 역사상 어떤 다른 나라보다도 오랜 기간 평화를 누렸다. 또한 일본인들의 수명은 지구 상 어떤 나라보다도 길었을 뿐만 아니라, 유아 사망률도 세 번째로 낮았으며, 이 두 요인이 경제적 안정성에 기여했다.
네덜란드 기업 이론가 아리 드 호이스는 "The Living Company(번역서: 살아있는 기업)"에서 (일본 내 몇 개 기업을 비롯해) 수백 년 동안 살아남은 기업들의 일반적인 특성을 분석해, 그들의 성공 요인을 4가지 공통점으로 나누고 있다:
1. 장수 기업들은 환경에 민감하며, 주위 세상과 조화를 유지했다.
2. 장수 기업들은 강력한 정체성과 응집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 기업이 사업을 널리 다각화하고 있더라도, 그 종업원들(그리고 공급업체들)은 우리는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3. 장수 기업들은 관대했으며, 일반적으로 사업 다각화의 목적으로 중앙 집중적 통제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4. 장수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보수적이었다. 검소했으며, 자기 자본을 근거 없이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한 문장으로 만들었다. "기업이 죽는 이유는 경영진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제적 활동에만 초점을 맞추며, 기업 조직의 진정한 본질이 바로 인간 사회의 본질임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장수 기업들은 이런 면에서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의 문화적 중요성을 교육을 통해 보전해 왔다. 일본 내에서 1700년 이전 설립된 517개 기업들 중 대부분이 큰 북, 제등, 인형, 붓 같은 문화적 지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단순히 전통을 고수한 것만은 아니었다.
메흐로트라의 연구와 다른 연구에서 확인된 것처럼, 일본의 최장수 기업들 중 다수가 성인 입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오늘까지 존속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본에서는 "가족 소유" 기업이란 타이틀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경영주들에게 성인 입양은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 되었다.
아마도 가장 좋은 사례는 718년 고마츠에 설립된 일본식 여관 호시의 이야기일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717년 다이초 대사라는 스님의 꿈에 하쿠 산의 산신이 나타나 온천을 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제자였던 가료 호시는 "화재에 주의하고, 물에서 배우며, 자연과 공동으로 운영하라."라는 간단한 사훈을 걸고 호시를 설립했다. 그 이후 호시 46대에 걸쳐 이 여관을 운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영광스럽지 못하다. 호시가의 "후계자" 대부분은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나갈 노하우를 갖춘 입양된 사업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헤노키엔(Henokien)이라는 협회에 가입할 수 있었다. 이 협회는 엘리트 사회 모임으로, 100% 가족 소유로 200년 동안 운영해 온 기업만을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곳이다. 이 협회의 최장수 회원 기업은 거의 1,000년이 넘은 기업이다.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10년 동안도 기업을 운영해 나가기 힘든 세상에서, 수단이나 방법을 떠나, 호시와 나머지 일본 최장수 기업들이 오랜 세월 동안 세월의 시험을 견디면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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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Zachary Crockett ㅣ 2015년 7월 15일 ㅣ 출처: Price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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